여행 맛집

[가을 설악산 순례기 1편]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그 단풍 속을 걷다

Sweet Mom 2025. 4. 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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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단풍이 절정을 이루던 가을 어느 날.
집에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꼭두새벽에

우리 부부는 차를 몰고 경부고속도로를 통해서 강원도 설악산을 향해 출발했어요.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새벽 공기는 서늘했고,

마음은 그보다 더 차분했던거 같아요.

목적지는

설악산 깊숙한 곳,

천상의 암자라 불리는

봉정암이지요.

 

 

 

 

 

해가 막 떠오를 무렵,

설악산 기슭의 작은 식당에 도착해서 
담백하고 부드러운 순두부백반 한 상.
속이 따뜻해지니 몸도 풀리는 듯했고,

아침 공복을 달래기엔 이만한 게 없었지싶다.

하루 종일 이어질 산행길을 준비하는 의식이랄까 ㅎㅎ. 

 

식사 후, 다시 

백담사 입구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옹기종기 모여서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백담사를 찾는 여늬 순례자들과 함께 셔틀버스를 탔다.
백담계곡을 따라 천천히 오르는 그 길.
차창 밖으로는 노랗고 붉은 단풍이 아침 햇살에 빛나며 손짓하고,
마음도 하나씩 내려놓게 되는 시간이었다.

 

 

 

 

 

백담사에 도착하자,

산사의 차분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우리부부는 대웅전에 들어 삼배 절을 하고,

부처님께  마음속에 깃든 소원을  빌었고,

이번 산행이 안전하고 평안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천천히 숨을 고르며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땀이 맺히고 숨도 거칠어졌다.
한참의 ?걸음 끝에 다다른 작은 암자, 영시암.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산 속의 고요함이 마음을 정리해주는 선물 

 

 

 

영시암을 지나며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돌계단, 숲길, 바위길…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묵은 생각도 하나둘씩 떨어져 나간다.
하늘은 점점 붉게 물들었고,

마지막 오름길에선 정말 ‘수행’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걷고 또 걷고 걸어 

온몸에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로

시간은   이미 해가  질때가 되어서야 
그 작은 희망처럼 다가온 곳이 봉정암이었다.
지친 발걸음이 멈춰선 순간,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아래 조용히 서 있는 봉정암!!!.
도착했다는 안도와 함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암자에서 내어주신 저녁 공양.
뜨끈한 미역국 한 그릇,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지친 몸에 배어드는 따뜻함.
미역의 부드러움, 국물의 깊은 맛,
그 모든 것이 ‘위로’라는 이름으로 내려앉았다.
말없이 그릇을 비웠다.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식사 중 하나였을 것이다.

 

 

우리는 법당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

 봉정암의 산방에 몸을 뉘었다.
창문 밖으로는 별이 흐르고 있었고, 바람은 고요했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적막.
그 밤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잠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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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봉정암에서 오세암으로 향하는 이른 아침의 여정과,

황홀했던 하산길의 단풍 풍경을 전해드릴게요.
그날의 설악은,

그야말로 단풍의 천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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