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새벽, 범종각에서 울려 퍼진 범종소리에 눈이 자연스레 떠졌다.밤새 몸은 깊은 휴식을 취했고, 마음은 잔잔해졌다.방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와 함께 맑은 별빛이 아직도 머물고 있었다.아무 말 없이, 그러나 꽉 찬 고요함으로.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고, 적멸보궁 법당에 올라 삼배를 올린 뒤 다시 배낭을 챙겼다.오늘은 오세암을 향하는 길.설악산 깊은 품을 따라 걷는 또 다른 순례의 시작이었다. 봉정암을 출발하여 오세암으로 향하는 길은어제의 고된 오름길과는 내리막길이라 또 다른 분위기였다.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선지 말이다.그래도 만만하지 않은 일정이지요.ㅎㅎ안개가 걷히며 점점 밝아지는 숲길,낙엽이 쌓인 부드러운 길 위로 햇살이 쏟아졌다.함께 걷는 이들도 조용히 숨을 고르며 발을 맞췄다.가끔 바람..